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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프랑스

[프랑스일기]서양배의 맛

by 도도새 도 2020. 3. 10.

 

어릴 적 이따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보면 서양배의 모습이 보일 때가 있었다. 마치 물방울 처럼 생긴 모양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난 그 과일을 대체 왜 배라고 부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배라고는 동그랗고 커다란 나주가 유명한 한국 배밖에 없었다.

우리는 어쩌면 미지의 것을 동경한다. 나 역시 주변에서 접할 수 없는 그 '서양배'에 꽂혀 언젠가는 꼭 먹고 말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프랑스에 거주하는 지금, 서양배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서양배의 맛

노랗게 익어가는 서양배를 손에 쥐고 있으니 어릴 적 마냥 동경하던 것들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때는 닿을 수 없늘 줄로만 알았던 것들이 이토록 허망하다.

서양인들은 서양바를 과일로써 먹기 보다는 요리 재료로써 활용한다. 배잼, 배 타르트 등이다. 나는 우선 배 껍찔을 벗기고 맛을 보았다.

 

그 맛은?

식감은 전혀 아삭아삭하지 않다. 누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결코 배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망고에 가까운 뭉게지고 퍼석퍼석한 식감이다. 망고와 배 중간쯤의 식감을 가졌다.

맛은 연하다. 시원하다는 느낌도 주지 않고 과즙도 적다. 확실히 맛있기는 한국 배가 최고다. 한국 배와 사과가 섞인 듯한 은은한 맛이 난다. 건강할지도 모르는 맛이다.

 

서양배 요리

앞서 말했듯 이곳 사람들은 서양배로 요리를 한다. 보통 오븐에 통째로 굽지만 오븐이 없는 나는 "서양배 설탕절임(내가 지어낸 말이다)"을 해 후식으로 먹었다 .

현지인들이 쓰는 리시피를 약간 변형했는데, 버터와 설탕을 녹인 후 갈변하면 물과 서양배를 졸였다.

서양배 설탕절임

 

사실 알게 모르게 잼을 만드는 법을 응용했다. 맛은 괜찮았다. 부족한 단 맛이 살아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놀란 것은 배의 향이다. 배향이 이토록 강렬하다니. 그러면서도 은은하고 향긋하다는 인상을 준다.

게다가 졸인 물을 맛봤는데, 서양배 향이 베어나와 혀가 즐겁다. 그 맛을 보자마자 남은 배들로 잼을 만들고자 결심했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알겠는가.

서양배든 한국 배든 우열은 없다. 한국 배는 끓이면 지나치게 물러져 먹기 알맞지 않았을 테다. 또 하나의 식재료를 맛봤음에 마음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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