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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벨기에

[벨기에여행] 벨기에 3일차 소도시 안트베르펜(안트워프)/플란더스의 개로 유명한 도시

by 도도새 도 2020. 2. 22.

 벨기에 여행 셋째날이 밝았다. 처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브뤼셀에서 오래 머무는 것은 어르석은 짓일거라는 생각을 갖고있는 나였기에, 여행 셋째 날은 브뤼셀에 숙소를 잡아놓고 가까운 근교 소도시 안트베르펜으로 떠났다.


안트베르펜 당일치기 여행


 여행 일정은 브뤼셀에서 와플을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난 밤 우연히 만난 한국 여행객 분들이랑 작별 인사를 하며 카라멜 리에주 와플을 먹는다.
 
 그러면서도 지난 밤 내가 여행객 분들에게 술을 마시며 무슨 실수를 하지는 않았나 지난 날을 되짚어보지만, 그럼에도 서로 일정이 있는 터라 바쁜 발걸음만 제촉하며 헤어질 뿐이다. 내가 그렇듯 그들도 내게 좋은 기억만 남겨두고 떠나기를 바랄 수밖에.

리에주식 와플



 나는 IC열차를 타기 위해 브뤼셀 미디(브뤼셀 센트랄로도 불린다. 다 같은 의미다)역으로 향한다.



 흔치않은 맑은 날씨에 기분이 들썩인다. 하지만 벨기에 날씨는 늘 예상할 수 없는 법, 안트베르펜에서도 이 날씨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브뤼셀-안트베르펜 왕복 표는 25세 이하 표의 경우 13.20유로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또 한 편 다르게 생각하자면 싼 가격이다. 관광지 밥 한끼 보다야 훨씬 저렴하니까.


 
 표를 뽑은 모습이다. 해당 표는 찍고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열차를 타고 있으면 표원이 검표를 하는 식이다. 그렇기에 이동간 표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이후 전광판에서 내가 갈 역을 확인해 해당 플랫폼으로 향하면 된다. 다만, 모두 외국어로 적혀있기에 확인하기 힘든 점이 많다. 나는 늘 그렇듯 시티매퍼(citymapper)를 이용해 열차를 확인했다.

 시티매퍼에 대한 나의 글은 (링크:클릭시 이동) 참조.



 벨기에 안트베르펜

 기차를 타고 약 한시간 달리면 안트베르펜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안트베르펜은 벨기에 제 2의 도시임에도 근교 여행지로 겐트, 브뤼헤에 비해 덜 알려져있다.

 다만, 일본인들이게는 그 상황이 다른 듯 했는데 왜냐하면 "플란더스의 개"의 배경이 되는 도시가 바로 이 안트베르펜이기 때문이다. 또한 플란더스의 개는 아무래도 일본 애니메이션 덕에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안트베르펜 중앙역 외부



 안트베르펜 첫번째 여행지는 재밌게도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발견한다. 바로 안트베르펜중앙역. 내부는 물론 외관도 무척 웅장하다. 무심코 지나치려는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한다. 

안트베르펜 중앙역 내부



 내부가 아름답다.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 사진 중간에 아름답지 않은 것(나다.)이 끼어들었다. 웅장함에 묻어 조금이라도 내 모습이 나아보이지 않을까 하는 발악이니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주시길.



 안트베르펜(안트워프) 구석구석

 사실 다른 벨기에 도시들이 그렇듯 안트베르펜도 관광지가 많은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도시 구석구석을 살피면 한국에서는 보지 못할 것들이 많다.

 역에서 내려 관광지 방향으로 나아가면 특이한 건축 양식을 띄는 건물들이 보인다.



 이런 건물들이 안트베르펜에서는 쇼핑몰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 신비롭다. 경복궁에서 옷을 파는 느낌이라고 할까? 못보던 광경임에는 분명하다.

 안트베르펜 중앙역에서 관광단지로 가는 길에 루벤스의 집이 있다. 화가 루벤의 생가인데, 루벤스의 그림들이 전시되어있다. 다만 나는 기도교 색체를 띄는 그림들을 좋아하지 않기에 굳이 들르진 않았다.

 내가 무교이기 때문인지, 당장에 영혼의 고양보다는 굶주림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해내는 게 급선무였다. 나는 우선 벨기에식 소세지와 메쉬 포테이토를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안트베르펜 Dancing chocola

 해당 식당은 관광지에서 악 10분에서 20분 정도 떨어져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관광지의 식당들은 하나같이 광고와 SNS가 만들어낸 허상같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댄싱 쇼콜라


 
 내부가 참 정갈하고 아름답다. 게다가 점원이 무척 친절했는데, 신기한 점이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나도 솔직히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대화를 잠깐 해보니 약 두달 뒤 한국으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렇기에 한국의 옷차림에 대해 잘 알아 나의 정체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메쉬 포테이토와 소세지



 얼마 뒤 내가 주문한 요리 매쉬 포테이토와 소시지가 나왔다. 해당 메뉴와 함께 머스타드나 케첩을 주며, 허브를 첨가한 올리브 오일을 별도로 내준다.

 맛을 표현하자면, 확실히 근처 슈퍼마켓에서 사먹던 소세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소시지가 고기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재료 본연의 식감과 맛을 품은 소세지였다.

 메쉬 포테이토의 경우 다른 야채들과 잘 어울렸으며, 너무 짜지도, 달지도 않은 적정 수준에 부드러운 식감으로 머물렀다.

 한 마디로 하자면 참 만족스러웠다. 아름다운 점원의 친절함에 기분까지 좋았다.



 별 게 없지만 별 게 많다



 안트베르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 평범한 건물 구석에도 위 사진과 같은 장식을 달아놓은 경우가 많이 보인다. 이러한 점들이 도보 여행을 한층 즐겁게 해준다.

 다음 행선지는 내 안트베르펜 여행의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성모 마리아 성당(노트르담 성당)이었다.

안트베르펜 노트르담 성당


 
 마법같은 일이다. 내가 어디를 가든 주요한 건물이 공사중이다. 안트베르펜의 성모마리아 성당도 마찬가지. 아마 내가 비수기에 돌아다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성당 안에는 "플란더스의 개"에서 네로가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루벤스의 그림 "십자가에 매달리는 예수"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볼 수 있다.

 솔직한 마음으로 대체 성당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비싸기에 소원이 그림을 보는 것일까 했는데, 입장료를 보니 네로의 입장이 조금 이해가 갔다.



 안트베르펜 성모 마리아 성당 입장료는 성인 8유로이다. 박물관도 아니고 성당이. 이 성당이 목적이었던 나 역시 이 가격에 절로 고개가 저어졌으니, 네로의 경우 어떠했을까. 이야기 속 인물의 마음이 강하게 와닿는 순간이었다. 고작 8유로로 이런 감정적 동화를 느끼게 해주다니, 참 고맙다.

 안타까운 것이 앞서 말했듯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라 성당에 일본어 오디오 가이드는 있으나 한국어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것인지 아니면 플래쉬를 터뜨리지 말란 것인지 알 수 없는 픽토그램도 아쉬움을 더했다.

 나의 경우 플래쉬를 터뜨리지 말란 것으로 알아들었다. (르네 마그리트 박물관이 그러했다.)




 이 그림이 네로가 그토록 보고싶어햇던 그림이다. 완벽한 조형미 어쩌고 저쩌고 해도, 솔직히 나는 기독교 세계관 작품들에 관심이 없다.

잠든 네로



 박물관 앞에는 네로의 동상이 만들어져있다. 이게 만든지 몇 년이 되지 않는다 하니, 난 참 시기 적절하게 찾은 샘이다. 도로로나마 따뜻한 이불을 덮고 눈 감은 네로에게 일종의 연민이 든다.



 브라보의 분수와 시청

브라보 분수



 성모 마리아 성당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브라보 분수가 나온다. 왠 남자가 잘린 손을 들고 승리의 포즈를 기괴하게 취하고 있다.

 이 동상의 주인공은 전설 속 인물 브라보다. 그는 행인에게 노략질을 일삼던 안티군을 처단했다고 한다. 브라보가 들고 있는 것은 그의 손목.




 여기 이 건물은 안트베르펜 시청사다. 한국에서 결코 보지 못할 양식의 건물이기에 눈에 꼼꼼히 담았다.

 여기서 강가로 쭉 내려가면 또 다른 광광지 헤트스테인이 있다. 다만 현재는 큰 공사중인지 외관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나는 공사의 요정인가 보다.

 나는 거리를 하염없이 거닐다 날이 저물기 전 발권했던 왕복 티켓을 이용해 철도를 타고 브뤼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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