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으로 이름쓰기
일본 만화 데스노트를 안 본 사람은 적을 것이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콧구멍이 커다랗고 사과를 좋아하는 사신이 심심해서 노트를 한 권 지구에 떨어뜨린다. 그 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이 맛깔나는 아이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만화 데스노트이다. 그런데 내가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슨 상관이냐고? 내가 오늘 할 이야기는 한국의 데스노트, 빨간펜으로 이름 적기이다.
정황상 만약 데스노트를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특정 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죽는게 아니라, 빨간펜으로 이름을 적으면 죽일 수 있는 만화였을 것이다. 제목은 뭐 <<마법의 빨간펜>>쯤 되겠지. 아무튼, 우리는 안다. 빨간펜으로 이름을 적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심지어 우리는 이름을 판 도장에 빨간 잉크를 찍기도 하잖아? 그럼에도 빨간색으로 이름을 적는다는 것은 여간 찝찝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이 빨간펜의 저주는 한국에만 있는 미신이라는 것이다. 그 증거(?)로 구글링을 해보았다.
영어로 검색을 해 보았으나, 관련된 결과가 나오지 않아 프랑스어로도 검색을 해봤다. 검색어 뜻은 영어와 동일하게 <붉은 펜 효과>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붉은펜의 저주에 대한 글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북한또한 이 붉은 글씨로 이름을 적는다는 미신을 믿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신처럼 떠받드는 김씨일가의 이름을 붉은 색으로 새길 일은 없을 테다.
사실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것은 한국에만 있는 미신이라고 한다. 대체 왜 우리는 이렇게 기상천외하고 섬뜩한 미신을 믿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썰이 존재한다.
1, 붉은 색은 피를 연상한다.
첫번째 가능성은 붉은 색 펜이 피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피는 일반적으로 경고의 의미를 가지며 죽음과 연관된다. 또한 사람이 강렬하게 받아들이는 색이다. 이 예는 신호등의 멈춤 표시가 붉은 색임에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연상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조상님들은 붉은 색을 길하게 여겼다. 예는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위 사진은 우리의 위대한 세종대왕님이다. 왕이 입는 색이 붉은 색인데, 이게 불길하다니, 여간 이상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시기 우리나라는 중국의 영향을 무지막지하게 받았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중국인들은 붉은 색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는 사실말이다. 그렇다면, 이 붉은 이름 미신은 적어도 조선 극후기에나 들어와서 생긴 것이 될 것이다.
2, 세조가 쿠데타를 일으킬 때 한명회와 함께 궁중행사의 방명록에 적힌 반대파 이름을 빨간색으로 표시하여 척결했다(계유정난)
이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보면 이렇다. 때는 1453년이었다. 후에 세조가 되는 세종의 차남인 수양대군이 왕위를 빼앗기 위하여 세종과 문종의 고명 대신( 황제나 국왕의 퇴임 또는 임종시 임금의 마지막 당부 및 유언을 받드는 대신)이었던 김종서와 황보인등을 살해하고 정권을 장악한 사건이다. 나중에는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스스로 왕, 세조가 되었다. 즉, 이 과정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붉은 색으로 이름이 적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데스노트를 작성했고, 물리적인 힘으로 <<이름이 적히면 죽는다>>를 이뤄버린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가진다. 왜냐, 쿠데타에 반대한다고 이름까지 적힐 정도라면, 어느정도 계급, 권력이 있는 사람이여야 할 테다. 하지만 과연 그 수가 현대에까지 영향을 끼칠만큼 많은 수였겠는가. 실제로 조선시대는 상민과 노비의 비율이 상당히 많았다.
1897년 갑오개혁으로 노비제가 정식적으로 폐지되기 전까지, 조선의 절반정도는 노비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고한다.
3, 6.25 전쟁시 전사자의 이름에 빨간 줄을 쳐 사망을 표시했다.
6.25전쟁 당시 사망자, 전사자가 발생하면 이름 밑에 빨간 줄을 긋거나, 빨간색으로 이름을 썼다는 썰이 들려온다. 이때 이후로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불길하다는 죽는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말이다. 즉, 사망하여 붉은 이름으로 기입 된 것이 전후관계가 바뀌여 붉은 이름으로 적혀 사망했다는 것이다.
여하튼, 빨간펜으로 이름을 적는다고 죽는다는 것은 거짓말임에 분명하다. 아니,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 빨간색으로 이름을 적든 아니든 우리는 언젠가는 사망하기 마련이니까. 분명한 것은 빨간색으로 이름 적기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장 친구에게 다가가 친구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적어주며 씨익 웃어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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