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주짓수 화이트벨트다. 화이트 벨트 일 그랄, 그런 거 없이 그냥 화이트벨트다. 주짓수를 한 개월 수로 말하자면 다소 특이한 것이, 군대를 가기 전 약 4개월을 하고, 전역 후 다시 한 달을 하다 사정이 생겨 도장을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달을 채우고 다니고있다.
개월 수를 더하자면 약 반년을 한 것인데, 실력은 1, 2개월 다니신 분들과 비슷하거나, 때론 우세하거나 때론 밀리는(그러니까 딱 비슷하다) 수준이다.
그렇담 대체 무엇이 나를 주짓수로 복귀하게 하였는가.
주짓수의 즐거움
1, 그냥 재밌다
주짓수는 말하자면 그냥 재밌다. 누가 게임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재밌다고 답할테다. 마찬가지다. 아드레날린이 살살 돌고 땀이 삐질삐질나오며 마치 게임처럼 내가 숙련도를 높인 기술을 사용하고 성공했을 때의 쾌감이 엄청나다.
2, 신사적이다
이건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내가 만난 사람들은 신사적이었다. (우선 나만 해도 내가 주짓수를 함에 있어 매너를 갖추려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스파링, 롤링을 하는 중에도 다만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닌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이를테면
"거기서 다리 훅 거시면 될 거 같아요."
라는 식이다. 나는 초보자기에 초급반에서 하게 되는데, 나같은 사람은 기본적 원리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조언이 고맙다. 게다가 격투기와 달리 실수로 무릎으로 상대 얼굴을 스치거나 하면 사과를 하곤 한다. 항상 흥분하지 않도록, 힘을 과하게 주지 않도록,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노력한다.
3, 몸 상태가 좋아진다
사실 처음에는 별로 못 느꼈다. 그리고 지금도 특정한 상황이 아니면 못 느낀다. 그런데 얼마전 시간을 맞춰놓고 스파링을 하던 중 내 체력이 좋아진 것을 느꼈다. 5분으로 한 번 스파링 하기도 벅찼는데, 이제 몇 번이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기술을 몇 개 배웠기에 쓸 데 없는 힘을 쓰지 않게 된 것도 한 몫하리라) 주짓수를 하다보면 체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또한 매일매일 굴러다니면서 몸을 이용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내 몸이 이렇게 잘 구를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유색 벨트 분들을 보면 정말 신비롭다. 굴러 다니는 모습이 예술이다.
게다가 척추와 고개의 움직임에 대해 처음으로 인식을 하게 되었다. 주짓수를 하다보면 내 몸이 오롯이 내 것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한다.
4, 다이어트 효과?
주짓수를 하면 다이어트 효과는 분명하리라 생각한다. 적어도 칼로리 소모는 어마어마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하자면, 나는 다이어트 효과를 못 봤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거라도 하기에 이 몸무게, 이 비루한 몸뚱아리가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일전에 한번 내가 먹는 량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말하자면, 나는 눈앞에 케이크 한 통이 있으면 끝끝내 그걸 다 먹어버리는 사람이다. 고기 같은 경우는 못해도 7인분은 먹고, 짜장면을 먹을 때는 반드시 탕수육을 함께 시켜 먹는다. 그런데도 비만이 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주짓수라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즉 나는 식이조절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건강한 돼지가 되었다. 만약 내가 식요조절을 했다면 주짓수 다이어트 효과를 분명히 봤을 거라 판단한다.
그리고 현재 그 식이요법이라는 것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니 과연 주짓수가 다이어트,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내 주관은 곧 뚜렷해질 것이다.
앞으로 나는 교환학생 신분으로 파리에 가게 된다. 그렇담 다시 주짓수 경력이 단절된다. 즉 파리에 가기 전 할 3개월이 다시 초기화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고민을 하다 파리에서 주짓수를 해보는 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프랑스 주짓수 도장을 찾아놨다. 입관비와 회비도 알아놨다.
나도 이런 내가 재밌다. 너무나 특이한 경력의 주짓수 화이트벨트 무그랄 좆밥. 이게 나다.
내가 이렇게까지 주짓수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한번 해 보라. 주짓수는 알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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