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 복전하는 문과/문과의 이과 복전 느낀점/인문대생의 후회
컴공 복전 문과
필자는 현재 컴퓨터 공학과를 복전중인 인문대생이다. 나의 본 전공은 불어불문과이다. 현 시점에서 복수전공을 한지 약 일년이 되었다. 요즘 많은 문과생들이 코딩을 배우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나의 작은 경험이나마 그들이 선택함에 있어 도움이 될까 싶어 이 글을 남긴다. 이 글은 이과를 복전하고 느낀 나의 경험들이다.
이 포스팅은 글이 길다. 보여주려는 의도 너머 내 지난 시간을 정리한다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공학과 복전까지
1. 고등학생에서 인문대까지
나는 자신을 완전히 문과적인 성형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문과적 성향"이라는 것 자체가 정의를 내리기 매우 까다롭다. 내 친구들은 문과적 성형이라고 하면 활발하고 사람을 좋아하며 무언가를 분석적으로 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문과적인 나는, 글로 쓰여진 작품을 분석적으로 보는 것을 좋아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체계가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다.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어떤 환경이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는 데에 영향을 끼쳤을까. 한동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이런 나이기에 내가 불어불문학과로 오게 된 계기는, 언젠가는 글을 쓰며 먹고 살겠다, 라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혹자가 물을 수 있다. 글을 쓰고 먹고 살려면 국어 국문학과, 아니면 문예창작과를 가야하지 않느냐, 라고. 여기서 나는 나의 나약함을 밝힐 수밖에 없다. 수능 후의 나는 문예창작과와 불어 불문학과 두 과를 모두 합격한 상태였고, 당연히 내 목표에 몸을 던지기 위해서는 문예창작과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문예창작과를 가기 위해 많은 책을 읽어 온 나는, 현실의 두꺼운 벽을 겪기도 전부터 두려워해 나 자신과 약간의 타협을 했다. 이외수 작가는 글을 써서 먹고 살면 기인이라고 했다. 기술. 기술을 배워야만 먹고 살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외국어'라는 기술이 나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불어불문학과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2. 대학 새내기
요즘 많은 사람들이 문과를 무시한다. 이과가 문과에 비해 우위에 있으며, 문과는 공부에 대해 별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수능을 치룰 때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딱히 할 변명이 없다. 왜냐하면 이과의 수능을 치룬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건 이과생들도 마찬가지이다. 문과의 공부를 한 적이 없으면서 문과를 무시한다.
현 시점, 대학에서 문과 이과 공부를 모두 해 본 나로써 말하자면, 내가 하는 총 공부 시간만 따지면 문과든 이과든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이과는 본인의 전공과 전공 시험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문과는 전공 외 자격증이나 대외활동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런 것에 투자 해야만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것이라도 해야 평생 먹어와 진저리나는 쌀밥이라도 목구멍에 밀어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대외 활동이나 자격증 등은 학교 공부가 아니며, 본인의 욕심에 따라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이과생들도 있기에 "문과는 이과보다 공부를 적게 한다"라는 말이 틀렸다고 볼 수만은 없다. 여기에 내 생각을 말하자면, 무얼 하든지 공부를 적게한다, 혹은 공부를 거의 안한다의 범주에 들만한 학생은 미래에 암울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공부 안 하는 학생, 이라는 말은 물건 안 파는 가게 주인과 비슷한 울림을 주지 않는가.
문과에 대한 이과의 혐오를 알게 된 것은 꽤나 최근이다. 20살의 나는 문과생들이 무시를 받는다는 사실을 결코 몰랐다. 아무래도 문과가 무시받는 이유는 취업과 관련될 때인데, 20살의 새내기가 벌써 취업의 생각을 하기에는 일렀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혐오의 시대를 살아간다고 해도, 많은 이들은 현실을 살아간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현실의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하는 채 하며 살아간다. 그래야만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혐오의 표현을 하는 것은 자신이 내뱉은 혐오가 자신의 현실에 피해를 입히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 때이다. 인터넷이 그러하다. 그렇기에 커뮤니티를 하지 않는 나는, 상호 존중이라는 요람 속에서 아늑한 대학 생활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의 선택이 잘못 됐으리라는 생각을 결코 하지 않았다. 따끔한 말을 마주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잘못 됐다"라는 표현은 나의 목표에 이루기에 올바르지 않다는 의미이지, 각자의 꿈을 가지고 인문대를 선택한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결코 아님을 밝힌다.
3. 교환 학생
2학년 무렵에는 교환학생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약 6개월을 보내게 되었다. 교환학생은 대체로 휴식을 하러 가는 것이다, 라는 인식이 있는데, 나의 경우도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다. 프랑스어를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제로는 내가 공부했던 프랑스어가 현지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만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때 동아시아에서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다. 곧 코로나는 서방국가까지 침범했고, 당시 프랑스에 있던 나는 고립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프랑스는 방역 조치를 강력하게 하여 용무가 없다면 집밖을 나설 수 없었다. 문밖을 나갈 때면 무슨 용무인지를 작성해서 들고 나가야했고, 길거리에는 라이플을 든 경찰관(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기에 나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군대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생각을 했다. 우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나는 여지껏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 소설을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죽치고 앉아 무언가를 창작하는 활동을 대체로 모두 좋아했던 것이었다.
떠올려 보면 내가 학창시절 좋아했고, 잘했던 것들은 도자기 만들기, 그림 그리기 등이었다. 그렇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대체로 좋아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나는 게임을 할 때 게임 자체보다는 커스터 마이징 기능 등을 더 즐겨 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를테면 겟앰프드라는 게임을 할 때는 게임 내 캐릭터의 외면을 꾸미는 스킨 만들기를 즐겨했고,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는 직접 게임을 만드는 유즈맵 만들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모든 활동이 나를 하루 5시간 이상은 컴퓨터 앞에 잡아놓았지만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학생 때 내가 바랐던 꿈을 떠올렸다. 당시의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희망 직업 조사를 할 때면 나는 늘 이것들을 적어냈다.
1. 컴퓨터 프로그래머
2. 과학자
3. 나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무라고 적었다. 아무튼, 당시 나는 이 당시 만약 내가 과학자가 된다면 생명 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동식물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현재 애완 쥐 데구 두 마리를 집에 모시고 있다. 아주 상전이 따로 없다.) 프로그래머에 대한 생각은 과학자보다 훨씬 막연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만들기를 하는 것이 프로그래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학교에서는 코딩을 가르치지 않고, 제 2외국어를 가르쳤다. 때문에 나는 코딩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나는 미로를 탈출하듯 내가 풀어낸 실마리를 다시 되짚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국이라 밖에 나갈 수 없음에도 배울 수 있는게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코딩이었다. 요즘 개발자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가 코로나같은 세계적 역병이 돌아도 재택근무 등으로 조금 더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필자도 본의아니게 유연한 근무, 유연한 공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코딩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 번째 코딩과 느낀점
시작은 C언어였다. 코딩은 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달랐다. 전혀 다이나믹하지 않았고 재미가 없었다. 하는 것이라고는 콘솔 창에 "Hello World"를 띄우는 정도였다. 하지만 언젠가는 재밌는 것을 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C언어 공부를 지속해 나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점에 C언어로 제일 재밌는 것은 아두이노를 조작하는 것이다. C언어는 별로 재미가 없다.
그런데, 내가 C언어를 공부했던 것과 달리 우리 학교 컴퓨터 공학과의 첫 언어는 파이썬이었다. 내가 알아본 바로 보통 학교들은 C와 파이썬 중 하나를 첫 번째 언어로 선택한다고 한다. 각자의 장단점은, C를 하게 되면 컴퓨터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더욱 명확하게 익일 수 있다고 한다. 반면 파이썬의 경우는 C보다 조금더 쉽게 무언가를 도출해 낼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걱정한 것과 달리 학교에서 내게 요구하는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때그때 공부하며 배우는 것만으로도 학교 수업을 따라 갈 수 있었다. 잘하는 것과 따라가는 것은 별개겠지만, 코딩 자체는 무척 재밌고 진정한 선생님은 구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코딩을 접하고 느낀 점은, 코딩은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항상 검은 화면을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낸다. 나는 멍청한 편이기에 몇 줄의 코드를 3시간 동안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무언가 즉각적인 피드백이 일어나는 게임과는 무척 다르다. 다만 좋은 점도 있다.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의 해답이 산책하던 도중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면 그것만큼 기쁘고 가슴 뛰는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 아직 미숙하기에 머릿속으로 풀었다고 해도 실제로 그것이 곧장 풀리진 않지만 말이다.
+)
요즘은 유데미라는 강의 사이트에서 웹을 독학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어 강의라 머리가 아프지만 영어 실력이 늘어가는 게 느껴진다. 의도치 않는 부과 효과가 신비롭다.
어문과 단점
어문과 단점, 이라고 제목을 달아 놨지만 더 정확하게는 내가 인문대 전공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그 이유는 노력과 실력 부족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불어불문학과를 전공한다. 이 분야는 일단 일자리가 무척 적다. 당장 취직 관련 사이트에서 프랑스어 능통자를 구한다는 구인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따금 학과로 일자리 소개가 들어오긴 한다. 아프리카 건설업 현장에서 일을 돕는 것이다. 흥미롭다. 그런데, 이 일자리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 계약직이 끝나면 내게는 무엇이 남는가?
게다가 나는 프랑스어 능통자가 아니다. 확실히 말한다. 내가 앞으로 5년간 프랑스어를 더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프랑스어 능통자가 아닐 것이다. 사회는 정글과 닮았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이다. 태어날 때부터 2개국어(한국어, 프랑스어)를 하는 환경에서 자라온 이들을 나는 이길 수 없다. 시작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나는 뛰어들었던 것이었다. 이 생각이 듦에 따라 불확실성이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과연 내가 다른 모든 공부를 재쳐놓고 프랑스어 공부에만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까?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여기에만 투자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공부에 집중하기 점점 두려워진다. 공부를 할 수록 불안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물론 인문대의 강점은 자신의 미래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루트와 정해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이자 강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활용 할 생각을 하지 못하겠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언어 역시 재능의 영역이다. 만약 당신이 언어에 재능이 있고 그것을 살릴 의지와 실력이 있다면, 정말 부럽다. 필자는 마치 취미로 악기를 배우듯이, 취미로 언어를 하기로 결심했다. 당신은 꼭 성공해서 필드에서 빛나길 바란다.
공부해야 할 것 1.
만약 지금 내 후배가 나에게 "컴퓨터 공학과 복수전공 하려 하는데 무얼 공부해야 할까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수학이라고 말할 것이다. 컴퓨터 공학과에서 배우는 과목들에서 내가 제일 따라가기 어려웠던 과목은 다름아닌 미적분을 활용해야하는 과목이었다. 그리고, 내가 느낀 바로는 대학의 모든 수학, 물리 관련된 과목들은 미적분을 사용해야한다.
우리 학교는 물리를 3과목이나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놓았다. 하지만 기초 물리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개념이 들어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물리 계산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수학적 기초가 사용된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만약 코딩을 하는 것이 아닌, 컴퓨터공학과를 이수하고자 한다면, 수학을 필수적으로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행이라면, 나까지만 해도 문과 역시 미적분의 기초를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워야 했었다는 것이다. 그렇더라고 몇 년간 수능을 위해 미적분을 공부한 학생들의 수준을 내가 몇 달만에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애초에 약 한 달로 몇 년을 따라가리라는 생각 자체가 도둑놈 심보가 아닐까. 그리니 이과 공부를 시작하려는 문과생이여, 미적분을 하라!
공부해야 할 것 2.
요즘들어 느끼는 사실이 있다. 컴공과는 다른 것보다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무언가를 만들 때 보는 참조자료들은 대체로 영어로 적혀 있다. 게다가 오류가 발생 했을 때 구글링을 하면 한국어 자료보다 영어로 된 자료가 훨씬 많이 나온다. 게다가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들도 원어 강의가 무척 많다. 불어불문학과보다 더욱 원어 강의가 많다고 느끼는 중이다. 그렇기에 만약 간단한 영어 해석이 안 된다면 수업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할 것이다.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복수전공자인 나보다는 본전공으로 컴퓨터 공학을 이수하는 사람들의 설명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요즘 세대에 영어를 못하면 직업 선택에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이 영어 공부가 학교에서 해왔던 그런 영어 공부가 아닌, 레퍼런스를 읽을 수 있게 영어에 익숙해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다짐
최근 코딩 잘하는 방법 이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거기서 말하길 제 1의 요인은 바로 많이 코딩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책에서 성공 = 시간 * 노력, 이라는 공식을 본 적이 있다. 무척 단순화 했지만 와닿는 이 공식을 나는 믿어보고자 한다. 오늘은 엑셀에 타임 테이블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해당 엑셀 파일은 기준일로부터 경과된 시간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내가 공부에 투자한 시간을 기록한다. 즉, 며칠간 몇 시간을 공부했는지 한 눈에 볼 수있다. 부디 이것이 내게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하며, 영양가 없는 글을 마치고자 한다.
혹시나 이런 비전문적인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라도 궁금증이 생긴다면 댓글로 달아주기를 바란다.